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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주 <수몰버스>

0삼 2024. 10. 21. 02:18

수몰3
덜컹,
몸이 얕게 흔들리는 감각과 함께 불현듯 꺼져있던 정신이 맞붙습니다.
아무래도 버스 안에서 깜빡 잠들어버렸던 모양이에요.
눈을 뜨면 들어오는 풍경은 익숙하고도 평범한 버스의 내부.
흔들리는 손잡이,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는 차창 너머의 풍경, 조금 낡은 감이 있는 앞 좌석의 시트...
익숙한 것투성이인 차체의 내부에서 익숙하지 않은 점이라고는 버스가 텅 비어있다는 점 뿐입니다.
그야말로 '나 자신'을 제외한 탑승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왜일까요. 별로 대수롭지는 않습니다.
적적한 버스를 오로지 시선만으로 훑고 있었을 때였나요.
문득 좌석의 맞은편 정면에 붙어있는 버스 번호 라벨이 눈에 들어옵니다.
최하율:
관찰력
기준치:25/12/5
굴림:21
판정결과:보통 성공
0920번. 이 버스는 아무래도 종점까지 우회해서 가는 번호의 버스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탑승객이 없을 법도 하지요. 불안할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어디쯤 왔지?
그 전에 목적지가 어디였더라...
신을 가다듬다 보면 문득 기대고 있던 차창 너머로 시선이 돌아갑니다.
흔들거리는 창문 너머로 어느새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꼭, 세상을 수몰시킬 것처럼.
이 비는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걸까요?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제법 맑았던 것 같은데...
최하율: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1
판정결과:대성공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글쎄요, 정말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맑았던가요?
당신은 문득 부자연스러운 위화감에 사로잡힙니다.
그야 잠들기 전의 기억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언제 이 버스에 올라타 있었는지조차 떠오르지 않습니다.
마치 검은 도화지 위에 먹칠한 듯, 머릿속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뿌옇고 흐릿한 기억만이 잔존합니다.
최하율:This message has been hidden.
SAN Roll
기준치:50/25/10
굴림:94
판정결과:실패
이성 -1
덜컹,
어지러운 머리를 갈무리하기도 전에, 방지턱 탓인지 버스가 또 한 번 크게 흔들립니다.
그 불친절한 진동과 함게 품에 안고 있던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최하율:This message has been hidden.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89
판정결과:실패
품에 안고 있던 무언가는 아무래도 국화꽃다발이었던 것 같습니다.
바닥에 떨어져 나뒹군 충격 탓이었을까요?
순백색의 꽃잎 몇 송이가 바닥에 흐드러진 것이 보입니다.
최하율: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41
판정결과:보통 성공
바닥에 나뒹구는 꽃다발을 주워들던 그 순간,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짤막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마치 틴벨과 같은 소리였습니다.
아, 그제야 흐릿한 의식 너머로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그렇지, 오늘은 사랑하는 주단이의 첫 번째 기일이었죠.
그러니 당신은 주단이가 잠들어있는 납골당으로 향하는 길이었을 겁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이런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니. 당신답지 않네요.
거기까지 떠올리면 문득 버스는 인적이 드문 정류장에 정차합니다.
탑승구가 열리고, 올라타는 승객의 모습에 당신은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야 버스 위에 올라탄 사람은, ...1년 전 죽었던 주단이었으니까요.
고즈넉한 빗소리가 귀를 먹먹히 울리는 텅 빈 버스 안, 죽었던 청주단과 조우하게 된 당신,
최하율:
SAN Roll
기준치:49/24/9
굴림:22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성 -1
맞붙고, 멎습니다.
맞붙는 것은 허공 위로 겹쳐진 두 사람의 시선.
일순 멎는 것은 당신의 호흡, 그뿐입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때로 꿈보다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요.
그렇기에 지금껏 비현실적인 현실을 여러 차례 맞이해가며 이토록 불친절하고 잔인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가요.
비현실적인 현실이요.
청주단은 분명 1년 전에 죽었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던 날, 돌이킬 수 없는 사고에 휘말려서요.
그래요, 나는 그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 곁에 있어 주지 못했고, 그렇기에 그의 부재를 부정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러니 내 앞에 서 있는 저 사람은, 청주단이 아닌 청주단을 지나치게 닮은 사람일 겁니다.
꿈보다 비현실적인 현실의 나날 속에서도 실현될 수 없는 비현실이 있는 법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 돌아올 수는 없잖아요.
혼란 속에 빠져있는 당신의 상태를 눈치챈 걸까요,
막 버스에 올라탄 청주단을 닮은 이는 당신의 생각을 부정하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당신이 앉아있는 좌석 옆에 앉습니다.
청주단:안녕, 오랜만이에요.
저 웃는 얼굴.
저 목소리.
최하율:...어?
나를 향하는 다정한 두 눈동자.
아무리 부정하고 잊으려 애를 써도 잊히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웠고, 그리웠기에 나날이 새로운 처절함과 아픔을 느끼게 했었던 저 두 눈처럼요.
정차했던 버스는 오로지 두 사람만을 태운 채, 다시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당신은 받아들이고 맙니다.
청주단을 닮은 이는, 그저 닮은 사람일 뿐이 아닌 청주단 그 자체라는 사실을요.
당황했나요?
아니면 반가운가요?
혹은 슬픈가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덩어리가 가슴 속에 응어리로 자리 잡습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갈피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혹여나 꿈에서라도 다시 만날까 준비해두었던 말이 한가득 쌓여있었는데도 말이에요.
청주단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당신과 눈을 마주합니다.
주단은 당신에게,
청주단:어딜 가는 중이었어요?
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최하율:..(입 꾹) 너 보러.
진짜.. 주단이 너 맞아?
당신의 답변을 들은 청주단은 당신의 어떤 대답에도 그저...군더더기 없는 애정과 슬픔이 가득 담긴 눈으로 이쪽을 응시할 뿐입니다.
덜컹,
다시 한 번 방지턱을 밟고 지나간 버스가 얕게 흔들립니다.
최하율: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99
판정결과: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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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진동 탓에 시야가 갈라짐과 동시에, 문득 운전석 쪽으로 시선이 꽂힙니다.
...이상합니다.
운전석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할 버스 기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 버스는 그저 운전사도 없이 홀로 비가 내리는 도로를 내달리고 있습니다.
최하율:
SAN Roll
기준치:48/24/9
굴림:1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성치 감소 없음
주단의 쪽을 돌아보면, 그는 일절 놀란 기색이 없습니다.
오히려 평온해보이는 얼굴로,
청주단:묻고 싶은게 많다는 표정이네요.
하고 말을 걸어옵니다.
최하율:엄청 많지. 우선.. 주단이 너 맞지? 어떻게.. 온 거야
청주단: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최하율:... (허) 여전하네 너는. 나 안 보고 싶었어?
청주단:보고 싶었죠, 당연히.
안보고 싶었으면 제가 여기 있겠어요?
최하율:... 나도 보고 싶었어. 이렇게라도 와줘서 고마...워. (손 내밀고) 잡아도 돼?
청주단:...얼마든지요, 내 사랑.(네 손 조심스럽게 잡으며) 어떻게 지냈어요?
최하율:너 없으니까.... (잡힌 손 꼭 쥐고) 하루 하루들이 재미가 없어. 외로워 주단아.
마지막 날 너랑 같이 있을 걸. 너도 외로웠을 텐데...
청주단:...재미만 없어요? 제가 장난감이에요?
(눈 가늘게 뜨며 너 보고)안찾아올걸 그랬네.
최하율:내 장난감이긴 하지. 있으면 좋고 없으면 허전한 그런? (피식)
그래도 왔을 거 알아.
청주단:당신이 날 장난감으로 여기고 있었을 줄은 몰랐는데...뭐, 됐어요. 와봤자 호호 할아버지 됐을 때나 왔을 테지.
별로 슬프지는 않았나봐요? 실없이 웃기만 하고.
최하율:내가 할아버지가 되면 못났을 텐데. (손을 끌어 제 뺨에 대고) 슬퍼... 울 거 같은데, 울면 잘생긴 모습 못 보여주잖아.
너 없을 때 많이 울었으니까... 너는? 나한테 하고 싶었던 말 없어? 안 우는 거 보니 섭섭하네.
청주단:제가 평소에 우는거 봤어요? 글쎄요, 우는 것보단...이렇게 대화하는게 좋네.
저 없다고 밖에 안나가거나 그런건 아니죠?
최하율:...(시선 회피) 그래도 지금 나왔잖아. 덕분에 너 만났고.
오랜만에 보니 여전히 멋있네 주단아.
밥은? 먹긴 먹었어?
청주단:죽은 사람한테 밥 먹었냐고 묻는 사람은 처음 보는데요.
최하율:죽어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했지. (으쓱)
청주단:...
됐어요.
이제 내릴까요?
최하율:그럴까? (일어나면서) 같이 내리는 거야?
청주단:네에. 도중에 길을 잃지 않도록, 당신이 가야 할 목적지까지 제가 바래다줄게요.
그 말을 끝으로 버스는 곧 첫 번째 정류장에 정차합니다.
버스에서 내린 두 사람은 협소한 간이정류장 지붕 아래로 들어섭니다.
빗줄기는 여전히 이 세상을 침수시킬 것만 같이 맹렬합니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처리된 정류장 지붕 아래, 양옆으로 담장 형식의 벽면이 기둥처럼 세워져 있고 그 중앙에 원목으로 만들어진 나무 벤치가 하나 놓여있습니다.
버스 그림이 새겨진 표지판 또한 눈에 띕니다.
[벽면]과 [벤치], [표지판]을 살필 수 있습니다.
최하율:(벽면을 살펴보며) 음..
◈ 벽면
평범한 벽면입니다.
마치 담장을 연상시키는 정류장의 벽면에는 흰색 장미 무더기가 덩굴 을 내리고 자리합니다.
최하율: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2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그 아래 피어있는 것은… 흰색의 국화.
당신이 들고 있는 것과 같은 흰색 국화꽃입니다.
흙 속에 뿌리를 내린 채 한들한들 흔들리는 국화꽃은 물기를 머금은 탓에 아주 생생합니다.
국화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쏟아져 내리는 빗소리를 가르고 주단이 말을 걸어옵니다.
청주단:국화꽃의 꽃말을 알고 있어요?
빗줄기에 파묻힌 탓이었을까요.
그렇게 속삭이는 주단의 목소리는 어쩐지 막연하고도 얕습니다.
최하율: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1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국화꽃의 꽃말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국화꽃의 꽃말은 분명 '감사함과 진실함' 이었죠.
최하율:꽃말 알지. 감사함이랑, 진실함. 왜?
청주단:그럼 국화꽃의 색에 따라 꽃말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최하율: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91
판정결과:실패
글쎄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없네요.
답을 하지 못하는 당신을 향해 주단은 얕게 미소 짓습니다.
최하율:꽃말이 다르구나...? (머쓱)
청주단:(허리 느릿하게 숙여 벤치에 앉으며)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것 같네요.
최하율:
심리학
기준치:60/30/12
굴림:80
판정결과:실패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것이...졸린걸까요?
더 살펴볼 것은 없어 보입니다.
최하율:다음 버스 안 오면 좋겠는데. (빤히 보더니 피식)
청주단:저 보러 간다면서요?
최하율:여기에도 너 있잖아.
청주단:당신이 꿈에서 깨면 난 없을 텐데.
현실의 제가 더 좋지 않아요? 하얗고, 맨들맨들하고, 한 품에 쏙 들어오지.
유골함 말하는거 맞아요.
최하율:... 너 진짜... 너무하는 거 알지... (미간 짚)
그런 현실이면 안 깨도 되는데.
청주단:....
(너 빤히 바라보다 고개 돌린다.)
최하율:(으쓱) 왜? 너도 하얗고, 건장한 애인이 만져지는 지금이 좋지 않아?
당신의 말에도 주단은 별 말이 없습니다.
다른 곳을 살펴보는게 좋을 것 같네요.
최하율:... 너무해. (표지판을 살피며) 주변에 뭐 더 없으려나.
◈ 표지판
간략한 버스 그림이 새겨진 정류장 표지판입니다. 표지판 아래 버스 노선도가 붙어있습니다.
하율이가 노선도를 확인하면… 평범한 노선도가 아니네요.
아니, 이를 노선도라고 칭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핸드아웃 확인
버스 노선을 알리는 안내판에는 노선도 대신 '색상에 따른 국화꽃의 꽃말'에 관한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맨 아래 적혀있는 국화꽃의 색상과 색상별 의미는 칠이 벗겨져 있어 읽을 수 없습니다.
최하율: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88
판정결과:실패
칠이 벗겨진 자국을 통해 국화의 색상이 '붉은색'이라고 적혀 있었음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꽃말의 의미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다 문득, 시야 한구석이 깜빡거립니다.
최하율: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2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
여느 버스 정류장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전광판입니다.
전광판에는 글자가 흐르고 있지만, 약한 노이즈가 끼어있는 탓에 글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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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율: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2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핸드아웃 확인
최하율: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2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은 막연히 떠올립니다.
‘주단이의 이름을 불러야 다음 버스가 도착하는 게 아닐까? '
하는 실없는 생각을요.
최하율:(...) 주단아-.
청주단:...네, 하율.
왜, 였을까요.
나지막이 당신의 이름을 마주 부르는 주단이의 목소리는 어딘가 한구석, 차게 식은 빗물에 젖어 번지는 것만 같습니다.
당장이라도 물에 녹아 사라질 것만 같아요.
하율, 당신은 당신을 바라보는… 한없이 가라앉은 것만 같은 주단이의 두 눈동자에서 무엇을 읽어냈나요.
최하율:
심리학
기준치:60/30/12
굴림:97
판정결과:실패
조금...졸려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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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율: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99
판정결과:실패
한 번 더?
최하율: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67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러고 보니, 주단이의 입술 바깥으로 터져 나온 ’나‘의 이름은 이번이 최초이지 않았던가요.
주단은 버스에서 조우한 이래로 단 한 번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으니까요.
무어라고 말을 건네기도 전에 장대비의 포화를 가르고 라이트가 번쩍입니다.
곧 버스 한 대가 정류장 앞에 정차합니다.
버스의 전면 유리창에 붙어있는 라벨에는 ’0130번‘ 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두 사람은 버스에 올라탑니다.
최하율: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50
판정결과:보통 성공
삐-. 아까 전 들었던,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귓가를 울리고 사라집니다.
두 사람이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버스는 천천히 빗길 속을 뚫고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버스는 첫 번째 버스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습니다.
이 안에 존재하는 탑승객은 오로지 하율과 주단, 두 사람 뿐입니다.
운전석을 살피면 첫 번째 버스와 마찬가지로 기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버스는 그저 운전기사 없이 홀로 굴러갈 뿐입니다.
두 사람은 의자 두 개가 붙어있는 2인용 좌석에 착석합니다.
최하율: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93
판정결과:실패
국화가...시든 것 같습니다.
당신은 주단과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와중, 문득 한 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날짜를 특정할 수 없는 그 언젠가의 평범하고 행복했던 기억,
당신의 옆에는 사랑해 마지않는 주단이 자리하고, 우리는 조용하고도 한적한 버스에 앉아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습니다.
상기해낸 평화로움도 잠시, 당신은 갑작스러운 서늘함을 느끼게 됩니다.
글쎄, ‘서늘함이라는 말로 형용할 수 있을까요.
두려움, 공포, 슬픔, 당황스러움.
모든 불안정한 감정이 한 데 뭉쳐 숨통을 억세게 짓누르던 그때,
빗길에 미끄러진 버스가 요동치듯 크게 흔들립니다.
무언가에 머리를 강하게 맞는 충격과 함께 일순 힘이 빠져나간 몸이 앞으로 쓰러집니다.
와락,
고꾸라지는 몸을 지탱하듯 누군가가 나를 강한 힘으로 끌어안습니다.
아니, ’누군가‘라고 특정 지을 필요도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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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지금 당신의 곁에 존재하는 사람은 주단뿐인걸요.
주단입니다.
주단이 억센 힘으로 당신을 끌어안았습니다.
어째서?
그런 의문을 던지기도 전,
반대편 차선을 지나치던 트럭과 버스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직후 들려오는 것을 커다란 굉음,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듯한 소름 끼치는 금속음.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 듯한 충격. 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 나가는 듯한 생생한 통증.
품에 안고 있던 국화꽃다발이 바닥을 나뒹굴고, 마치 눈송이 같은 국화 꽃잎은 시야를 긋고 흐드러집니다.
나를 꽉 끌어안은 주단의 체온은 어쩐지 전혀, 따듯하지가 않아서.
그게 또 어쩐지 너무나도 슬퍼서...
괜찮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안 되는데, 야속하게도 주단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시야가 수몰되고 맙니다.
칠흑 같은 어둠이 눈앞에 왈칵 쏟아집니다. 왜인지 생경하지 않은 순간입니다.
정신을 잃기 직전인 당신,
최하율: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2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빠-.
의식과 함께 낙하하는 머릿속에 이명이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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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 와서 그런 이명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습니다.
어지러운 의식을 잠재우듯 귓가에 익숙하고도 다정한 목소리가 섞여들던 탓입니다.
...하고.
...깜빡.
당신은 눈을 뜹니다.
제일 먼저 들려오는 것은 무겁게 낙수하는 물방울 소리.
최하율:..(꿈뻑) 어디야 여기.. (끙)
그리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품 안에 안겨있는 백색의 국화꽃다발입니다.
꽃다발은 아까 전 보았을 때보다 조금 더 시들어있습니다.
이렇게 시들면 안 될 텐데.
당신은 막연한 슬픔을 느낍니다.
그야 오늘을 위해 준비한 꽃다발인걸요.
청주단:깼어요?
꼭 빗물에 익사할 것만 같이 무겁던 정신을 흔드는 것은 잔잔하고도 담담한 주단의 목소리. 이곳은 버스 정류장인 것 같습니다.
꼭 이 세상과 동떨어진 것만 같이, 끊임없이 펼쳐진 도로 한가운데 마련된 간이 정류장입니다.
어느 틈에 하차한 걸까요.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있습니다.
주단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까 전의 사고에 대해 묻더라도 주단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답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덤덤한 어조로 악몽이라도 꾼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입니다.
최하율:
SAN Roll
기준치:48/24/9
굴림:22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성 -1
아까 전의 사고는 역시 꿈이었던 걸까요?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멀쩡할 수가 없을 테니, 아무래도 질 나쁜 꿈이라도 꾼 모양입니다.
청주단:피곤하면 더 잘래요? 다음 버스가 오기 전가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것 같으니...
그렇게 말하는 주단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지쳐있는 것만 같다는...이유 모를 생각이 듭니다.
최하율: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1
판정결과:대성공
이전의 정류장과 마찬가지로 벽면 상단에 고정되어있는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
핸드아웃 확인
당신은 첫 번째 정류장에서 주단의 이름을 호명한 직후 버스가 도착했던 것을 떠올립니다.
두 번째 정류장에서도 주단의 이름을 불러야 버스가 도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하율: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72
판정결과:실패
버스 사고의 충격 탓이었을까요?
어쩐지 께름칙한 기분이 듭니다.
주단은 너무나도 슬픈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청주단:...하율.
최하율:...(주단이를 빤히 보더니 껴안으면서) 주단아...
무겁게 허공을 가르는 주단의 목소리는, 어째서 이만큼이나 빗물에 수몰될 듯 참담히 젖어있는지.
주단이 하율의 이름을 호명하고 얼마 있지 않아 세 번째 버스가 저 멀리서 빗속을 헤치고 다가와 정차합니다.
버스는 지금까지 승차했던 버스와 달리 커다란 2층 버스입니다.
아, 실은 누가 상대를 호명하든 상관없었던 걸까요.
그래요, 달리 상관이 없었던 겁니다.
두 사람 앞에 멈춰선 버스의 탑승구가 입을 벌립니다.
...
타고 싶지 않아요.
타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최하율:... 우리 꼭 타야해?
그저 그래서는 안 될 것만 같다는 근원 모를 충동만이 내 안에 가득합니다.
청주단:납골당 간다면서요?
안갈거에요?
지금 이 버스를 안타면 못 가게 될지도 몰라요.
최하율:... 맞지만. (너를 꼭 안은 상태로) 이대로 있어도 괜찮은데.
청주단:....(머뭇거리다 가만히 네 등 끌어안고)가야 해요.
전 오로지 당신이 갈 길을 인도해주기 위해 꿈에 온 거에요.
(아이를 달래듯 등 느릿하게 쓸어주며)당신이 이곳에서 가지 않겠다고 하면, 저랑도 헤어져야 하는걸요.
최하율:(입 꾹) 그렇겠지..? (한참을 안더니 끄덕이며) 그럼... 갈까 주단아. (눈시울 붉히며)
청주단:걱정 말아요, 제가 있잖아요.(천천히 떨어져 네 모습 눈에 담곤)무서운 일은 없을거에요.
하지만 그 이유 모를 낯선 충동은 빗물보다도 잘게 흐드러져 떨어지는 주단의 목소리에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집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숨통을 조르고 익사시킬 듯 나를 쥐고 흔들었던 불안감마저도 깨끗이 씻겨 내려가는 듯합니다.
그저 온 세상을 적시는 빗소리와 끝없는 안정감만이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합니다.
주단이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당신이 그 손을 잡으면, 두 사람은 세 번째 버스에 올라탑니다.
최하율: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2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삐―. 아까 전 들었던, 이제는 익숙해진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귓가를 울리고 사라집니다.
아니, 이명이 아닙니다.
마치 기계음과같은 소리였습니다.
두 사람이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버스가 움직입니다.
차창 바깥으로 온통 습기뿐인 세계가 스쳐 지나갑니다.
버스는 지금까지의 버스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으며, 기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안에 존재하는 탑승객은 그저 당신과 주단, 두 사람뿐입니다.
버스 내부에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보이지만, 입구가 닫혀있습니다.
닫혀있는 입구의 문에는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최하율: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45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품에 안고 있던 국화가 일전보다 훨씬 더 생기를 잃었음을 눈치챕니다.
갓 생명을 피워낸 듯 하얗고 투명하던 꽃잎은, 이제 그저 계절을 잃은 이름 모를 들꽃처럼 보여요.
단지 몇 송이의 국화만이 처량히 바래진 꽃잎의 색을 발할 뿐입니다.
주단이 먼저 창가 좌석에 앉습니다.
어쩐지 버스에 탄 이후로 멍해 보이고, 어딘가 침체되어 있는 듯 합니다.
말을 걸어볼까요?
최하율:주단아, 어디 아파? (옆에 앉으며)
청주단:...
네? 뭐라고 했어요?
최하율:어디 아픈 거 같아. 아까보다 상태가 안 좋은데... 괜찮아?
청주단:아, ....괜찮아요.
...어색하네요. 어딘가 나사가 풀린 것 같습니다.
최하율:
심리학
기준치:60/30/12
굴림:82
판정결과:실패
한 번 더?
최하율:
심리학
기준치:60/30/12
굴림:88
판정결과:실패
(아)
라스트
최하율:
심리학
기준치:60/30/12
굴림:86
판정결과:실패
혹시 하기 싫으세요?
최하율:(...아뇨?)
(한 번만 더?)
한 번 더
최하율:
심리학
기준치:60/30/12
굴림:82
판정결과:실패
이건 좀
최하율:(....날 억까해.)
에잇 기분이다! 한 번 더!
최하율:
심리학
기준치:60/30/12
굴림:71
판정결과:실패
...알기 어렵네요. 그래도 이번에는 확실히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주단은...침체되어 있습니다. 어딘가 우울해보이고, 슬퍼보입니다.
최하율:....(주단이 얼굴을 만져주면서)
청주단:....?(두어박자 늦게 고개 돌려 너 바라보다, 손바닥에 가만히 고개 기댄다.)
제가 원망스럽죠?
최하율:무슨 소리야. (기댄 얼굴을 만져주더니 눈가를 쓸어준다.)
청주단:당신만 두고 가버렸잖아요. 입장을 애매하게 만들어버렸지.
최하율:그러면 널 혼자 두고 있던 나를 원망해야지. (...) 너는 나 안 원망해? 나라면 했을 텐데.
청주단:제가 왜요? 당신이 저 혼자 가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니고.
최하율:그래? (눈가에 쪽) 나는 원망스러운데 내가, 날. 나 때문에 주단이 네가 외로웠을 거 같아.
청주단:외로운건 당신이죠.
(눈 느릿하게 깜빡이다, 천천히 창문 쪽으로 고개 기댄다.)그래도 그거 알아요?
최하율:그런가.. (빤히 보더니 고개를 갸웃) 어떤 거?
최하율: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1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좌석 바닥에 책 한 권이 떨어져 있습니다.
아니, 얇은 책자에 가까워 보이네요.
푸른색의 표지에는 아기자기한 회전목마 그림이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화려하고도 쓸쓸한 푸른 대낮의 회전목마네요.
제목은 ‘merry go round’ ...메리 고 라운드. 회전목마를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최하율:(책자를 발견하고선 줍는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핸드아웃 확인
책자의 내용을 살핀 후...어쩐지 머리가 멍합니다.
버스의 저 끝에서부터 어둠이 달려와 당신을 강하게 덮칩니다.
.
.
.
빛도 한줄기 들지 않는 맨 밑바닥의 어둠 속에서, 당신은 환각을 마주합니다.
환각 속에서 삶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 가장 슬펐던 순간이, 죽어서도 잊지 못하리라 여겼던 반짝이던 삶의 조각이,
어느 순간 그 삶에 뿌리를 내리고 침범한 주단과의 첫 만남이.
...단 한 가지도 빼놓을 수 없는 여러 기억이 스쳐지나갑니다.
어릴 적, 나무 그늘 아래에서 서로 손을 잡고 마음을 터 놓았던 기억,
처음으로 그 앞에서 눈물을 보였던 기억,
서로에게 기대 내일은 오늘보다 더 행복할 것이라며 속삭였던 기억.
한동안 빠른 속도로 영상이 스쳐 지나가고 잠시간 필름이 뚝 끊기며 말간 어둠이 지속됩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문득, 다시금 빛처럼 터져 나오는 영상이 하나. 두 사람의 모습입니다.
주단과 하율,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습니다.
차창 바깥으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행복해 보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한없이 다정하며, 애정이 넘치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체온이 따스한 손으로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있습니다.
고즈넉한 빗소리의 향연마저 서로 간의 애정에 담뿍 물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반대편 차선을 지나치던 트럭과 버스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직후 들려오는 것은 커다란 굉음,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듯한 소름끼치는 금속음.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 듯한 충격. 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 나가는 듯한 생생한 통증.
쉼 없이 흔들리고 요동치는 어두운 화면 사이로 그런 당신을 한 점 망설임 없이 끌어안는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당신은 강한 힘으로 끌어안깁니다.
아니, ‘누군가’라고 특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의 곁에 사시사철 피어나는 국화처럼 존재하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늘 당신을 위해 자신을 아끼지 않았으며, 온 생애를 다해 열렬히 사랑해주었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야...주단이 아닌가요?
주단입니다. 그가 억센 힘으로 하율, 당신을 끌어안았습니다.
암전하는 버스의 내부를 어둡게 띄우며 필름이 또 한 차례 뚝 끊겨나갑니다.
떠오르는 영상의 날짜는...1년 전 오늘입니다.
아, 그제야 지금까지 서리가 내린 듯 희뿌옇기만 하던 기억 하나가 마치 퍼즐 조각처럼 달라붙습니다.
1년 전의 사고가 떠오릅니다.
1년 전, 돌이킬 수 없는 사고의 현장에 존재하던 것은 주단만이 아니었습니다.
주단과 하율, 두 사람이 함께 있었습니다.
‘나’를 제외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던 그 참담한 사고의 현장에서,
주단은 하율을 끌어안고 죽었습니다.
오로지 당신을 살리기 위해...본인을 희생시켜서요.
인생의 주마등 속에서 사고의 진상을 목격한 당신,
최하율:
SAN Roll
기준치:47/23/9
굴림:47
판정결과:보통 성공
SAN 1d2
최하율:1
이성 -1
일순 강한 충격과 함께 주마등이 돌아가던 공간이 산산이 부서져 내립니다.
최하율: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51
판정결과:보통 성공
삐―. 무너져 내리는 공간 속에서, 조금은. 길게 이어지는 기계음을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꼭 말단부위부터 심장까지 강한 전기가 흘렀다 사라지는 것만 같은 감각.
이윽고 모든 것이 바닥까지 묵직하게 가라앉고 맙니다.
끊임없이 퍼붓는 빗소리에 한데 뒤엉켜있던 환각들 또한 함께 수몰됩니다.
.
.
.
귀를 먹먹히 침수시키는 낙수음.
당신은 흔들리는 버스 좌석에 앉은 채 눈을 뜹니다.
기억났습니다. 떠올렸습니다. 1년 전의 그날,
주단은 나를 끌어안고 대신 죽었던 겁니다.
고개를 돌리면 주단은 창가에 머리를 기댄 채 곤히 잠들어있습니다.
깊게 잠들어있는 탓에 이름을 부르거나 흔들어 깨워도 좀처럼 일어나지 못합니다.
덜컹.
최하율:주단아... 주단아?(어깨를 잡고 흔든다.)
버스가 방지 턱을 밟고 흔들립니다.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그에 맞춰,
짤그랑.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미약한 금속음이 들려옵니다.
바닥을 살피면 회전목마 고리가 달린 작은 열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 쓰는 것일까요?
최하율:(바닥을 살피고선 열쇠를 잡아 든다.) 뭐야 이거...
최하율: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3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그러고보니...버스의 어디가 잠겨있었다고 했죠?
당신은 2층으로 향하는 입구에 자물쇠가 걸려있었다는 것을 떠올립니다.
최하율:(열쇠를 들고 2층 입구로 달려간다. 자물쇠에 열쇠를 맞춰 넣기)
닫혀있는 입구의 문에는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자물쇠에 아까 얻었던 열쇠를 끼워 넣으면 금속이 맞물려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버스 2층이 개방됩니다.
버스의 2층으로 들어서면, 그 장소는 이상하게도 단출한 방과 같은 형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차창에서 물기를 머금은 탁한 빛이 터져 나와 내부를 은은히 비추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책상]과 [책장], 그리고 [침대] 하나가 놓여있네요.
최하율:(책상을 살핀다.) 왜 방이..
◈ 책상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책상 위에는 그 흔한 필기도구도, 책도, 상요감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흔한 먼지 하나조차 쌓여있지 않네요.
말끔하다 못해 쓸쓸해 보이는 책상 한가운데 반으로 접혀있는 쪽지만을 한 장 발견합니다.
쪽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핸드아웃 확인
최하율:? 뭐야... (읽더니 주머니에 넣고 다시 책장도 살펴본다.)
◈ 책장
책장에는 책이 한가득 꽂혀있지만, 그 어느 것도 당신이 읽을 수 없는 것들 뿐입니다.
검은색의 책등만이 마치 밤하늘처럼 빼곡이 즐비합니다.
최하율: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63
판정결과:보통 성공
핸드아웃 확인
최하율: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53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러고보니, 각 정류장에서 주단이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 버스가 도착하지 않았던가요?
더 찾아볼 것은 없어보입니다.
최하율:.... 찝찝하네.. (침대도 살피며) 자꾸 이상한 쪽지만 있어.
◈ 침대
꼭 병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병실용 침대입니다.
다가서면 커튼이 반쯤 쳐져 있습니다.
언뜻 보이는 커튼 위로 핀이 꽂힌 명찰 하나가 매달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명찰을 확인하나요?
최하율:(확인합니다)
명찰에는 ‘최하율 님’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문득 당신은 뼈를 치고 사라지는 기시감에 휩싸입니다.
조금 급한 손길로 커튼을 완전히 걷어내면 드러나는 것은 쓸쓸하기 짝이 없는 병실의 매트리스 침대,
침대 주변으로 즐비한 온갖 의료 장치들...
그 사이에 푸른색 담요를 덮고 누워있는 사람은 입가에 산소마스크를 뒤집어 쓴 채 눈을 감고 있습니다.
그제야 당신은 형용할 수 없었던 기시감의 정체와 마주합니다.
최하율, 당신이잖아요.
병상에 누워 끊임없이 즐비한 갖가지 의료 기계들 틈 사이에서, 산소 호흡기를 뒤집어쓴 채 실낱같은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사람은...하율, 당신입니다.
최하율: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75
판정결과:실패
삐-. ...이건, 이명인가요?
방금 무슨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나요?
최하율: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3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은 병상 옆에 자리하고 있는 심전도 기록 장치를 발견합니다.
기록 장치의 모니터 위로 마치 미약한 파도 같은 당신의 심전도 곡선이 출력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마치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연약하고도 미약한 곡선입니다.
최하율: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98
판정결과:실패
지금까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던 수많은 이명, ...아니. 심전도 기록 장치의 기계음을 떠올립니다.
이제야 확신합니다.
당신을 감싸 안고 죽어버린 주단의 희생이 무색하게, 당신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버스는 무언가요.
정말 내가 알고 있는 목적지로 향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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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율:
SAN Roll
기준치:46/23/9
굴림:94
판정결과:실패
SAN 1d4
최하율:2
이성 -2
믿을 수 없는 현실의 연속입니다.
아니, 이제 이건 현실이 아니겠지요.
“이 버스는, 스스로가 수몰되어가는 버스.“
‘영원한 안식’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 있는 것은 바로 최하율, 당신입니다.
...
어쩐지 몸이 강하게 흔들리는 것만 같은 느낌에 눈을 감았다 떠올리면, 흐릿하고 침침한 시야 너머로 희기만 한 천장이 들어옵니다.
삐, 삐, 삐,
벨이 터지는 소리, 장치에서 갈라져 나오는 다급한 기계음 소리, 위급한 환자의 위치를 알리는 병원의 방송 소리,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뭉개지고,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그리고 당신은, 다시 눈을 감습니다.
.
.
.
쏴아아. 고요하고 적막하게 수몰하는 세상을 울리는 빗소리.
낙수하는 빗물은 봄의 끝물에 삶을 모두 피워내고 낙화하는 벚꽃을 닮았습니다.
부드럽게 머리칼을 쓸어주는 손길에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정류장입니다.
품에 안고 있는 국화꽃은 이제 생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시들어 있습니다.
청주단:일어났어요?
귓가에 내려앉는 다정한 목소리.
주단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개를 들어 올리면 아주 자연스럽게도, 정류장의 상단에 자리하고 있는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까지의 전광판과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금의 노이즈도 끼어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이제는 온전히 모든 글자를 읽어낼 수 있다는 것.
전광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도자가 인도를 받을 자의 이름을 호명할 때, 마지막 버스가 도착합니다.]
그래요. 그랬던 겁니다.
이름을 불러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주단이였습니다.
당신은 지금까지 주단이 각 정류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호명했던 일을 떠올립니다.
그러고 보면, 꼭 주단이 자신의 이름을 부른 뒤에 버스가 도착하지 않았던가요.
그야 당연하잖아요.
저 메시지에 따르면...인도자는 청주단.
인도를 받을 자는, 망자의 길에 들어선 자. 죽음의 여로에서 가장 먼저 버스에 올라타 있던 자. 바로 최하율 당신입니다.
그렇지만 왜일까요.
한참이 흘러도 주단은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습니다.
이제, 이걸로 마지막일 텐데요.
당신은 첫 번째 버스에서 조우한 직후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주단의 표정을 마주합니다.
그는...기뻐 보입니다.
동시에 슬퍼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어딘지 홀가분해 보이는 눈으로 당신을 봅니다.
주단은 자리에서 일어나 펼친 우산을 당신에게로 기울입니다.
주단의 어깨가 젖어듭니다.
그제야 그가 입고 있는 옷차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까만 정장. 꼭, 세상이 말하는 인도자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우산을 당신에게 기울인 채 처연히 떨어지는 비를 맞던 주단은 나지막히 입술을 엽니다.
눈물 같은 목소리가 허공을 가릅니다.
청주단:좋은 밤이에요, 내 사랑.
사방은 어느새 컴컴해져 있습니다.
청주단:목적지가 바뀌었어요. 처음에 했던 말 기억 나요? 도중에 길을 잃지 않도록, 당신이 가야 할 목적지까지 제가 바래다주겠다고 했잖아요.
(반대쪽 손을 천천히 내밀며)건너편 정류장으로 넘어갈까요. 당신에게 꼭 전해야 할 말이 있어.
최하율:... (국화를 만지작 거리더니) 그랬지, 주단이 네가 바래다준다며. (손을 마주 잡으며)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 그치-.
당신이 주단의 내민 손을 잡으면, 두 사람은 천천히 반대편 정류장을 향해 이동합니다.
발끝을 적시는 빗물은 기실 뜨거운지도, 차가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그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야 당연하잖아요.
내가 지금 집중해야 할 존재는 그저 주단 단 한 사람뿐인걸요.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요.
청주단:1년 전 오늘, 당신과 제가 함께 타고 있던 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진 트
럭과 추돌하는 사고가 있었어요. 그 사고에서 저는 당신을 끌어안고
죽었고... 당신은 곧장 병원에 옮겨졌지만 1년째 혼수상태에 빠져 있
는 상황이에요.
최하율:... (조용히 듣고 있다가 마주 잡은 손을 꼭 쥐고) 혼수상태라, 그래서 주단이 네가 마중 나온 건가? (괜히 농) 옷도 멋있게 입었던데.
청주단:점점 죽음에 가까워져 가는 당신의 영혼은 삶의 경계를 벗어났어요. 그런 당신의 영혼을 노리는 존재가 있었는데, 저는 그런 당신의 영혼을 안전한 안식으로 이끌기 위해 신적인 존재와 계약한거에요. ....(쓰게 웃으며)따지고 보면 그런 셈이죠. 사랑하는 사람을 제 손으로 보내줘야 하는데, 옷은 갖춰입어야 하지 않겠어요?
어쨌든...저는 그 계약을 통해 당신의 영혼을 안전한 죽음으로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과 힘을 얻게 되었어요. 그 공간이 지금까지의 버스들이에요. 제가 각 정류장에서 한 번씩 당신의 이름을 불렀던 건, 당신을 죽음으로 인도하기 위함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당신의 이름을 더 부르지 않아도 돼요. 중간에 우리를 도와준 신이 있어서... 다행히 당신을 다시 삶으로 돌려보낼 수 있게 되었어요.
최하율:내 애인이 지켜줬는데 혼수상태라니.. 진짜 못났다. (...) 그래도 마지막에 사랑하는 사람이랑 함께 가는 건 좋은 거 같ㅇ.. 뭐? (눈이 커져서는) .. 그럼 다시 헤어져야 해?
청주단:...네. 당신이 들고 있는 국화는 당신의 생명 그 자체에요. 금방 시들 것 같지만... 곧 이 정류장에 당신의 삶으로 돌려보낼 버스가 도착할 거에요. 꽃다발을 들고 버스에 오르면, 당신은 다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주단이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두 사람은 건너편 정류장에 도착합니다.
주단에게서 모든 진상을 듣게 된 당신은 숨이 막혀옵니다.
억만겁의 슬픔 탓일까요, 아니면...
그렇게 말하는 주단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는 더 기뻐 보여서였을까요.
최하율:
SAN Roll
기준치:44/22/8
굴림:98
판정결과:대실패
SAN 1d3
최하율:2
이성 -2
청주단:저는, ...저는 못 가요.
알잖아요.
최하율:....(손을 꽉 쥐고) 주단아, 나도 안 가면... 혼낼 거야? (걸음을 멈추고.)
청주단:...
문득 주단의 어깨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들어오는 전광판이 보입니다.
전광판의 메시지는 우리가 원래 앉아있던 반대편 정류장의 전광판 메시지와 그 내용이 상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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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의 귀환, 삶으로 인도받을 자가 인도자의 이름을 부르면, 삶으로 향하는 생환 버스가 도착합니다.]
청주단:...이제 당신이 제 이름을 불러줘야 할 차례에요.
최하율:네가 여기 있는데..(전광판 속 글자를 읽고서는) ... 이름, 안 부르면?
청주단:제 이름을 불러줘요, 내 사랑.
이제는 반대입니다.
이제는 반대로 당신이 주단의 이름을 불러야 합니다, 하율.
최하율:....내가 어떻게 네 이름을 불러. (고개를 푹 숙이고 잘게 떤다.)
청주단:...(옅게 웃으며 네 어깨 조심스럽게 끌어안는다.)
사람에게 있어서 죽은 단 한 번 뿐이죠.
모든 사람들은 태어나 살아가면서 죽음을 한 번씩은 두려워해요.
그건 당신도 그렇고, 저도 그래요.
하지만 있죠, 저는...
막상 그 끝이 다가오니까, 전혀 무섭지 않았어요.
청주단:왜일까?(네 볼 손에 담아보다, 고개 들어 눈 마주친다.)
최하율:...(후두둑, 눈물이 쏟아지면서 쳐다본다.) 너 없이 살아갈 자신이 없는데.
청주단:버스에 타고, 1년 만에 다시 당신을 보면서...확신이 들었어.
당신을 죽게 두는게 죽음보다 무서웠어요.
당신을 끌어안고, 지금 눈을 감으면 더 이상 뜨지 못하겠지 같은 생각이나 하면서...
조금 무서웠는데.
그때 당신의 심장소리가 들렸어요.
그래서 무섭지 않았어.
최하율:...(너를 조용히 끌어 안으며) 나였어도 널 그렇게 지켰을 거야... 근데 지금은 이렇게 헤어지는 게 더 무서워. (...) 미안해, 혼자 외롭게 죽어가게 해서.
청주단:당신이 있었는데 왜 외로워요? 전 행복했어요.
(어깨에 가만히 얼굴 묻으며)...부디 살아줄래요? 내 몫까지라는 말은 못하겠지만...
새로운 곳에 가고, 새로운 것을 먹고, 또는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그렇게 살아요.
제가 당신의 기억에 혼자 외로이 남지 않게, 따듯하고 좋은 기억들로 덮어줘요.
최하율:(...)평생을 너랑 알고 지낸 이 순간이 행복했어.. 없어서 외로울 정도로 너를 많이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해. 그래서.. 다른 사람은 못 만나겠지만, 내 꿈에 가끔이라도 나와준다고 약속해줄래.?
청주단:그럼 당신의 기억에 남은 저도, 더는 당신이 슬프게 생각하지 않을테니까.
최하율:...진짜 끝까지 다정해서 힘들다 주단아. (꽉 안으며) 사랑한다고 해주라. 약속도 해줘. 그럼 나도 ... 약속할게.
청주단:...그럼요, 당신이 저를 생각한다면, 언제든지 찾아갈게요.
(살짝 떨어져 너 바라보다, 웃으며 짧게 입 포갰다가 떨어진다.)사랑해요, 아주 많이.
최하율:...사랑해, 평생 사랑해. 앞으로도... 잊지 않을게, 주단아. (슬쩍 따라 웃으며 다시 입술을 맞대어)
당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주단의 이름을 부릅니다.
바람이 붑니다.
온전히 침체된 죽음의 여로 반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어깨가 젖어 듭니다.
바람이 이렇게 세차게 불면, 우산도 소용없는 법입니다.
그러니 지금 내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은 눈물이 아닌 빗물인 겁니다.
얼마 있지 않아 정류장 앞에 라이트를 켠 버스가 한 대 정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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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의 번호는, 1003번.
버스의 출입구가 열리면 당신은 흠뻑 젖은 다리에 힘을 실어 그 위에 승차합니다.
당신이 버스에 올라타면 버스의 문이 닫힙니다. 마치 주단이는 허락되지 않은 곳이라는 듯, 아주 매정하게요.
당신은 급하게 뒷좌석으로 내달립니다.
창문을 열고, 우산을 든 채 당신을 올려다보는 주단과 두 눈을 마주합니다.
청주단:안녕.
최하율:주단아..! (손을 작게 흔든다.) 사랑해. 보고 싶을 거야. 평생.
청주단:사랑했어요. ...잘가요.
버스는 움직입니다.
그의 모습이 점점 멀어집니다.
우산이 점점 옆으로 기울어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이후의 모습은 작은 점이 되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우산을 쓰지 않으면, 비에 젖어 추울 텐데요.
수몰되는 세계에서, 수몰될 듯 슬프기만 한 버스가 빗길을 가르고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당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버스 안.
이 주체 못 할 슬픔을 어떻게 견뎌내라는 걸까요.
이제 옆자리에 더는 네가 없는데,
너 없는 삶 속에서 나는 억겁 같은 하루를 견뎌내며 살아가야 할 텐데...이 슬픔을 어떻게 씻어내야 한다는 말인가요.
넘쳐흐르는 슬픔에 턱 끝에 맺힌 눈물을 훔쳐냅니다.
뺨 위로 번지는 눈물을 닦아내고, 또 닦아냅니다.
입술 바깥으로 침잠되어있던 고통이 터집니다.
많이 보고 싶을거에요.
다시 만나기 전의 수많은 시간을 버텨내며 나는 아주 많이, 당신이 보고 싶을 겁니다.
눈물에 흠뻑 젖어든 소매는 하얗습니다.
어느 사이엔가 환자복 차림입니다.
무겁게 내려간 고개에, 품에 안겨있던 국화 꽃잎 위로 시선이 떨어집니다.
까맣게 시들어있던 국화는 물기를 머금어 생생합니다. 다시 피어난 겁니다.
나의 삶을 향해 되돌아가는 이 버스 안에서 말이에요.
국화는, 붉습니다.
이제 더는 흰 국화가 아닌 붉은 국화에요. 하율.
떠올랐나요?
붉은 국화의 꽃말은.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당신은 품 한가득 국화꽃다발을 끌어안습니다.
그 위에 호흡을 묻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냅니다.
.
.
.
삐.삐.삐.
익숙하고도 적막한 빗소리, 그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희미한 기계음에 눈꺼풀을 떠올립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흰 천장.
소독약 냄새.
밝은 빛.
아, 바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이 바로, 주단이 인도해준 나의 목적지입니다.
놀란 간호사의 목소리,
커튼을 치고 급히 들어서는 의사의 얼굴.
난잡하게 흩어지는 내 삶의 빛.
네가 없는 너의 기일.
내가 살아 돌아온 비 내리는 밤의 병실.
눈가에 고여있는 뜨거운 물기 탓에 눈이 아픕니다.
가슴에 담기 벅차고, 감은 눈 아래 떠올리기 힘들고, 그 삶이 짧았기에 찬란했고 슬픈 이름이 있습니다.
안녕, 청주단.
한 점 떨림 없이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네 이름 석 자를 부르는 것.
END1. 그것이 내 사랑의 정의였다.
<청주단 로스트, 최하율 생환. 노덴스의 도움으로 청주단 영구 소멸하지 않음.>
수고하셨습니다